Creative Reading/독서

조선에서 백수로 살기(by 고미숙)

함께♡ 2021. 8. 12. 11:08

고미숙에 대하여

위키백과에는 고전 평론가로 나와 있지만 내가 생각하기에는 이분은 이 시대의 진정한 백수인 인문학자이다. 지난날 잠시 연세대학교 겸임교수 겸 이화여자대학교 겸임교수로 재직했고 주로 고전에 대해 연구하였다. 교수 임용에 매달리는 것보다 경제적 자립과 배움이 가능한 공간을 만들겠다는 신념으로 사회과학자들과 연구공간 <수유+너머>를 만들었다.  《아무도 기획하지 않은 자유》는 작은 공부방에서 소수의 국문학 연구자들로 시작된 모임이 서울사회과학연구소의 사회과학자들과 결합해 <수유+너머>라는 연구공동체로 성장하는 과정을 담은 '인류학 보고서'였다. 이후 이 공동체는 <수유너머 문>, <수유너머 N>, <수유너머 길> 등 여러 모임으로 분화되었고, 의·역학으로 관심 영역을 넓힌 고미숙은 연구 공동체인 감이당을 운영 중이다.

 

 

'노동 없는 미래'를 대비하는 고전의 지혜

틀에 박힌 노동으로부터의 해방

노동을 하는데도 당당하지 않다. 늘 거짓말을 하는 자신이 싫어진다.
이런 관점에서 보자면 자본주의하에서 이루어지는 '거의 모든' 노동은 소외다.
생산하고 창조하는 과정이 없고, 오직 그 이미지를 부풀려서 사람들을 미혹시킨다.
그 대가로 얻는 화폐가 사람 사이를 연결해줄 리가 있겠는가.


노동 소외에 대해 너무나 간단 명료하게 밝혔다는 생각이 든다. 자기가 하는 노동이 만족스럽지 않을 때 사람들은 뭔가에 골몰하고 싶어진다고 한다. 투잡을 하거나 각종 투자에 골몰하거나... 어쩌면 멋모르고 승진 길에 뛰어들었던 나, 재테크에 열 올리고 있는 나도 이와 같은 인간 군상의 하나였던 것 같다. 결국 명품을 좋아하지 않는 나, 사치나 허영과 거리가 먼 나, 심지어 미니멀 라이프를 추구하고 있는 '나'가  재테크에 열을 올리는 이유도 결국 행복한 백수가 되기 위함이었다. 

 

열린 태도로 사귐

산다는 건 누군가를 만나는 것이다.
말을 주고받고 같이 먹고 함께 걷고.
그러다가 의기투합하기도 하고 다투기도 하고.
이렇게 지지고 볶는 것이 일상이고 일생이다. 
혼밥족이 느끼는 슬픔은 수동적이고 부정적인 감정이다.
그래서 더 강력한 무엇으로 보상받고 싶어진다.
중독이 만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외로움이 슬픔으로, 슬픔이 다시 중독으로. 

누군가는 내게 '다 가진 여자라'라고 말한다. 한편으로 맞고 한편으로 틀렸다. 화목한 가정, 경제적 안정, 사회적으로 존중 받는 직업.. 모두 감사하다. 하지만 늘 내게 결핍됐다고 여겼던 부분은 이것이다. 우정, 신분과 계층을 넘어 마음을 주고받을 수 있는 관계.  나는 의기투합하는 척은 잘 하지만 다투기를 잘 못한다. 그것은 두려움이 많아서이다. 아니 욕심이 많아서이다. 누구에나 인정받고 싶고 사랑받고 싶은.. 그래서 늘 두렵기에 나를 솔직하게 표현하며 진솔하게 사귀지 못했다. 나의 관심은 늘 나에게로 집중되어 있어서 타인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였고 소통과 교감을 나누기에는 늘 마음이 바빴다. 고미숙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자의식의 감옥'에 빠져 살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삶은 '일상을 축제로!', '벗과 술, 그리고 버스킹이 있는 일상' 이것이다. 드라마나 소설은 그런 나의 욕구를 대리 만족시켜 주는 존재였을 뿐. 

 

길 위로 나서는 담대함

가족은 서로를 서포트해주는 최후의 보루이지, 자기 인생을 펼치는 무대가 아니다.
고로, 각자 자신의 길을 가야한다.
그 길을 가는 데 있어 가족은 든든한 '빽'이 되어주어야 한다.

나는 26살에 결혼하여 27살에 첫 아이를 낳았고 그 아이는 이제 중학생이 되었고 나는 40대에 들어섰다. 남들보다 제법 빠른 결혼.. 가정은 나에게 안정을 주었고 사랑을 배울 수 있는 소중한 보금자리였다. 그리고 나는 이제 길을 나서고 싶다. 각자 자신의 길! 지금 내 블로그의 카테고리가 지금까지 내가 찾은 그 길의 방향이다. 길을 헤맬지라도 일단을 걸어 볼 것이다.

 

여행이란 낯선 풍경과 낯선 존재들과의 마주침이다.
한마디로 나를 떠나 타자에게로 가는 행위이다.
  여행에는 사건이 있다.
사건은 변화가 포인트다.
아주 낯선 나를 발견하는 것, 전혀 예기치 않은 생각과 말의 회로가 생성되는 것.
사건의 핵심은 거기에 있다.
그 과정을 생동감 있게 구성하면 그게 바로 스토리다. 

친정 식구들과 함께 베트남 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다. 불타오르는 의욕으로 여행을 기회하고 대식구 여행 가이드까지 도맡아 일주일간의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그 후부터 나는 신랑에게 해외여행을 가자고 하지 않았다. 지나고 생각해 보니 나는 그런 여행에 질렸다. 맛집 검색해서 먹고, 유명한 여행지 검색해서 그곳에 가서 사진 찍고 오는 것.. 내가 원하는 여행은 그런 것이 아니었다. 특별한 장소, 체험이 아니라 그냥 그곳의 현지인처럼 먹고 생활하며 그들의 문화를 체험하고 그곳의 사람들과 소통하고 교감하는 것! 그것이 내가 원하는 여행이었다. 다시 떠나는 나의 여행은 이제는 그러할 것이다. 남에게 묻어가는 1만 보가 아닌 내가 걷는 단 한 걸음, 그것이 탈주의 시작!

 

경계가 없는 배움

충동을 제어하지 못하면 삶은 한층 더 두려움에 휩싸인다.
삶의 주인이 된다는 건 바로 이 회로에서 벗어나는 것을 의미한다.
방법은 오직 하나, 끊임없이 질문하고 배우는 수밖엔 없다.
부디 명심하라,
무지가 모든 번뇌의 원천이라는 사실을.

요즘 나의 화두가 '중독된 것을 끊어라.', '즐기되 탐닉하지 않기'이다. 나는 종종 너무나 쉽게 중독된다. 주로 중독되는 것은 드라마, 소설... 이야기들에 중독된다. 처음에는 너무 재미있어서 보다가 어느 순간 탐닉으로 넘어간다. 그리고 현망진창이 되는 것을 발견하는 순간 현실 회피를 위하여 더욱더 탐닉한다. 즉 중독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끊어 내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더 큰 에너지가 든다. 즐기되 탐닉하지 않는 경지가 얼마나 위대한 건지 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그래서 연안 박지원의 삶의 태도에 마음 깊이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난 그런 경지가 되지 않기에 일단 끊었다. 아! 언제쯤 나도 즐기되 탐닉하지 않는 경지에 오를 수 있을까. 

 

 

좋은 삶을 원하는가?
그렇다면 오늘 하루를 온전히 집중하라!
오늘 하루를 멋지게 살라!
그 하루들이 모여 일생이 된다.

나에게 삶의 목표와 의미를 가지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은 이미 먼 옛날이야기가 되었다. 내가 원하는 것은 매 순간에 깨어 있는 마음으로 지금 여기를 온전하게 살아가는 것이다. 일상을 축제처럼, 더 깊은 지성의 힘으로 이 세상을 더 깊이 느끼며, 존재의 근원에 대해 탐구하고 나를 성장시키는 삶을 온전히 살아보고 싶다. 

 

 

 

 

 

 

고미숙 선생님의 책의 마지막 구절, 박지원은 어록으로 이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그대는 나날이 나아가십시오. 나 또한 나날이 나아가겠습니다.